공격수가 수비수보다 반 발짝 앞서 있었다. 골망이 흔들렸지만 잠시 후 득점은 취소됐다. 중계 화면에는 공격수와 수비수 사이에 가상의 선이 등장했고, 판정을 가른 차이는 불과 몇 cm였다.
이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비슷한 논쟁이 반복된다.
“공격수가 실제로 이득을 얻었는가?”
“공을 찬 순간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가?”
“화면에 그어진 선은 정말 정확한가?”
현대 축구의 오프사이드 판정은 더 이상 부심의 시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경기장에 설치된 추적 카메라, 공 내부의 센서, 인공지능, 3차원 좌표 기술이 함께 작동한다.
그러나 기술이 모든 판정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기계가 계산할 수 있는 영역과 심판이 해석해야 하는 영역은 분명하게 나뉘어 있다.
오프사이드 위치는 반칙이 아니다.
오프사이드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먼저 ‘오프사이드 위치’와 ‘오프사이드 반칙’을 구분해야 한다.
IFAB 경기 규칙 제11조에 따르면 선수는 다음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다.
- 머리, 몸통 또는 발의 일부가 상대 진영에 있어야 한다.
- 득점에 사용할 수 있는 신체 일부가 공과 두 번째로 뒤에 있는 상대 선수보다 골라인에 가까워야 한다.
손과 팔은 판정에서 제외된다. 골키퍼도 예외가 아니다. 팔과 어깨를 구분하는 기준은 겨드랑이 아래쪽과 일치하는 선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것 자체는 반칙이 아니다.
그 선수가 이후 공을 플레이하거나, 상대 선수의 시야를 가리거나, 공을 향한 도전을 방해하는 등 실제 플레이에 관여해야 오프사이드 반칙이 성립한다. 공격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서 있었더라도 경기 진행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심판은 경기를 계속할 수 있다. IFAB 경기 규칙 제11조
골키퍼가 아니라 ‘두 번째 최종 수비자’가 기준이다.
팬들이 자주 혼동하는 부분도 있다. 오프사이드 기준은 반드시 골키퍼가 아니다.
규칙은 공격수보다 골라인에 가까운 상대 선수가 최소 두 명 있어야 한다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골키퍼가 가장 뒤에 있고 수비수 한 명이 그 앞에 있기 때문에, 두 번째 최종 상대 선수가 사실상 최종 수비수처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앞으로 나온 상황에서는 필드 플레이어 두 명의 위치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수비수가 골라인 근처에 넘어져 있어도 경기장 안에 있다면 오프사이드 판단에 포함된다.
따라서 ‘공격수가 골키퍼보다 뒤에 있었으니 온사이드’라는 판단은 항상 맞지 않는다.
판정 시점은 공을 받은 순간이 아니다.
오프사이드 위치는 공격수가 공을 받을 때가 아니라 동료가 공을 플레이하거나 터치한 순간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침투하는 공격수가 패스를 받을 때 수비수보다 훨씬 앞에 있더라도 출발 시점에 온사이드였다면 반칙이 아니다. 반대로 공격수가 공을 받을 때 수비 라인 뒤로 내려왔더라도, 동료가 패스한 순간 이미 앞서 있었다면 오프사이드가 될 수 있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는 결국 두 가지를 동시에 찾아야 한다.
- 동료가 공을 터치한 정확한 순간
- 그 순간 공격수와 두 번째 최종 상대 선수의 신체 위치
문제는 선수와 공이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공격수가 초속 8m로 달린다고 가정해 보자. 0.02초 동안 이동하는 거리는 다음과 같다. 8m/s×0.02s=0.16m
불과 0.02초 사이에도 선수는 약 16cm를 이동할 수 있다. 패스 시점을 한두 프레임 다르게 선택하면 육안으로 보이는 위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오프사이드 기술에서 ‘선을 정확하게 긋는 능력’만큼이나 ‘공을 찬 순간을 정확하게 찾는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중계 화면의 각도가 사람의 눈을 속인다.
카메라가 수비 라인과 정확히 수평인 위치에 있지 않으면 선수들의 상대적 위치가 왜곡되어 보인다. 이를 시차 또는 패럴랙스 효과라고 한다.
공격수와 수비수가 실제로 같은 선상에 있더라도 카메라에 가까운 선수가 더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반대로 화면에서는 온사이드처럼 보여도 실제 경기장 좌표에서는 공격수의 어깨가 앞서 있을 수 있다.
그래서 VAR은 방송 화면에 자를 대듯 단순한 직선을 그리지 않는다. 먼저 카메라의 위치와 높이, 렌즈 특성, 촬영 각도, 경기장 좌표를 보정한다. 이후 선수의 신체 위치를 3차원 좌표로 계산하고 골라인과 평행한 가상의 수직 평면을 만든다.
화면에 표시되는 선은 판정 기술 자체라기보다, 3차원으로 계산된 결과를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2차원 영상에 표현한 시각화에 가깝다.
발이 아니라 어깨 때문에 오프사이드가 될 수 있다.
오프사이드 판정은 선수의 발 위치만 비교하지 않는다. 머리, 몸통, 어깨, 무릎, 발처럼 합법적으로 득점할 수 있는 모든 부위가 대상이다.
예를 들어 공격수의 발은 수비수보다 뒤에 있지만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해 보자. 공격수의 어깨가 수비수의 득점 가능한 신체 부위보다 골라인에 가깝다면 오프사이드 위치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면에 선 하나를 그리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중에 있는 어깨와 무릎까지 비교할 수 있는 3차원 분석이 필요하다.
손끝이나 팔이 수비 라인을 넘어간 것처럼 보여도 그것만으로는 오프사이드가 아니다. 손과 팔은 정상적으로 득점할 수 없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은 어떻게 작동할까?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은 영어로 SAOT, 즉 Semi-Automated Offside Technology라고 부른다.
2022 FIFA 월드컵에 도입된 시스템은 경기장 지붕 아래 설치된 12대의 전용 카메라를 이용해 선수 한 명당 최대 29개의 신체 데이터 지점을 추적했다. 각 지점의 위치는 초당 50회 수집됐다.
공 내부에는 관성측정장치인 IMU 센서가 탑재됐다. 이 센서는 공의 움직임 데이터를 초당 500회 전송해 발과 공이 접촉한 순간을 더욱 세밀하게 식별하도록 도왔다. FIFA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 설명, FIFA 커넥티드 볼 기술
전체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 카메라가 선수들의 신체 위치를 지속적으로 추적한다.
- 공의 센서와 영상 데이터로 패스가 시작된 시점을 찾는다.
- AI가 공격수와 두 번째 최종 상대 선수의 위치를 비교한다.
- 오프사이드 가능성이 감지되면 시스템이 심판진에게 알린다.
- 심판진이 접촉 시점과 가상 오프사이드 라인을 확인한다.
- 최종 판정이 내려지면 3차원 애니메이션을 통해 결과를 공개한다.
‘반자동’이라는 이름처럼 시스템은 판정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생성하지만, 모든 판단을 독자적으로 확정하지는 않는다.
AI가 할 수 없는 판정
기술은 선수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수가 실제 플레이에 영향을 줬는지는 축구 규칙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판단은 여전히 심판의 몫이다.
- 오프사이드 위치의 선수가 골키퍼의 시야를 방해했는가?
- 공을 향한 동작이 수비수의 플레이에 영향을 줬는가?
- 상대 선수와 실제로 공을 다퉜는가?
- 수비수의 접촉이 의도적인 플레이였는가?
- 단순한 굴절이나 의도적인 세이브였는가?
특히 수비수의 공 접촉은 매우 까다롭다.
수비수가 상황을 인식하고 신체 움직임을 조절할 시간과 공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었는데 실수로 공격수에게 공을 보냈다면 ‘의도적인 플레이’로 판단될 수 있다. 이 경우 공격수의 이전 오프사이드 위치는 반칙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가까운 거리에서 빠르게 날아온 공이 수비수의 몸에 맞았거나, 수비수가 본능적으로 다리를 뻗어 겨우 건드린 경우에는 단순한 굴절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골문으로 향하는 슈팅을 막은 의도적인 세이브 역시 오프사이드 위치를 초기화하지 않는다.
결국 AI는 위치를 측정하지만, 그 위치가 반칙으로 발전했는지는 사람이 결정한다.
스로인·코너킥·골킥에는 예외가 있다.
선수가 공을 직접 받은 경우 오프사이드 반칙이 적용되지 않는 재개 방법도 있다.
- 스로인
- 코너킥
- 골킥
공격수가 상대 수비수보다 앞에 있더라도 이 세 가지 상황에서 공을 직접 받았다면 오프사이드가 아니다.
다만 첫 번째 터치 이후 동료가 다시 공을 전달하면 그 순간부터 일반적인 오프사이드 규칙이 적용된다. 코너킥을 짧게 연결한 뒤 공을 돌려받는 선수도 두 번째 패스가 나가는 순간의 위치에 따라 오프사이드가 될 수 있다.
프리킥에는 이러한 예외가 없다.
2026 월드컵에서는 무엇이 발전했나?
2026 FIFA 월드컵에서는 발전형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이 적용됐다.
2022년 시스템에서는 오프사이드 정보가 먼저 VAR에게 전달됐다. 발전형 시스템은 명백한 위치 오프사이드 정보를 경기장 안의 주심과 부심에게 자동 음성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에 따라 확실한 장면에서는 부심이 더 빠르게 깃발을 들 수 있었다.
다만 이 자동 알림은 명백한 ‘위치 오프사이드’를 위한 기능이다. 오프사이드 위치의 선수가 상대를 방해했는지처럼 해석이 필요한 장면은 여전히 심판진과 VAR이 판단한다. FIFA 2026 월드컵 기술 설명
또 하나의 변화는 선수별 3차원 아바타다. FIFA는 월드컵에 참가한 48개 팀, 선수 1,248명을 사전에 3D 스캔했다. 이렇게 제작된 선수별 신체 모델은 가려진 상황에서 선수와 신체 부위를 식별하는 데 활용됐고, 중계용 오프사이드 애니메이션도 실제 선수와 더욱 비슷하게 표현했다. FIFA 3D 선수 아바타 설명
기술이 정확해져도 논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은 기존 방식보다 빠르고 반복 가능한 측정 결과를 제공한다. 같은 데이터를 입력하면 같은 위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판정의 일관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기술적 정확성과 축구 팬이 느끼는 공정성은 서로 다른 문제다.
공격수의 어깨가 수비수보다 1cm 앞섰다고 해서 실제로 의미 있는 이점을 얻었다고 볼 수 있는가? 인간의 눈으로 구분할 수 없는 차이까지 득점 취소의 근거로 삼는 것이 축구의 공격성을 해치지는 않는가?
이 논쟁의 핵심은 측정 기술의 정확도가 아니다. 현행 규칙이 측정된 작은 차이를 어떻게 평가하도록 설계돼 있는가에 있다.
기술은 규칙을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을 뿐, 어떤 규칙이 더 좋은 축구를 만드는지는 결정하지 못한다.
결론: 기술은 위치를 계산하고 심판은 의미를 판단한다.
현대의 오프사이드 판정은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 센서가 공을 터치한 순간을 포착한다.
- 카메라와 AI가 선수들의 신체 위치를 계산한다.
- 심판이 그 선수가 실제 플레이에 관여했는지 판단한다.
따라서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을 ‘로봇 심판’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기술이 답하는 질문은 “공격수가 어디에 있었는가?”다. 반면 심판이 답해야 하는 질문은 “그 위치에서 반칙을 저질렀는가?”다.
오프사이드 판정의 미래는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 아니다. 기계의 정밀한 측정과 인간의 규칙 해석을 얼마나 빠르고 투명하게 결합하느냐가 핵심이다.
그리고 발끝 몇 cm가 경기 결과를 바꾸는 시대일수록, 팬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판정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에 도달한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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