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은 아틀레티코에서 윙어가 아닐 수도 있다.
이강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이 공식화된 이후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하나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이강인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아틀레티코는 이강인을 영입하면서 공격형 미드필더와 양쪽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구단은 이강인의 장점으로 시야, 볼 컨트롤, 패스와 슈팅 능력을 꼽았다. 이강인은 PSG에서 아틀레티코로 완전 이적해 2031년까지 계약했고 등번호 7번을 받았다.
하지만 시메오네가 처음부터 이강인을 전형적인 측면 윙어로 바라보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8월 8일 서울에서 진행된 아틀레티코의 첫 훈련에서 시메오네는 전술 훈련 도중 이강인을 공격수 위치에 배치했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이강인의 움직임이었다.
그는 최전방에서 수비수를 기다리는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래로 내려와 공을 받고, 상대 미드필드와 수비라인 사이의 공간으로 이동하며 공격을 연결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강인의 새로운 역할을 예상할 수 있다.
쉐도우 스트라이커(Shadow Striker), 혹은 자유로운 세컨드 스트라이커다.
1. 시메오네가 찾는 것은 ‘새로운 그리즈만 역할’일 수 있다.
이강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틀레티코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오랫동안 시메오네의 공격 전술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한 명은 앙투안 그리즈만이었다.
그리즈만은 단순한 공격수가 아니었다.
최전방에 있다가 미드필드로 내려왔고, 측면으로 움직였으며, 중앙에서 패스를 연결했다. 때로는 직접 페널티박스로 침투했다.
즉,
공격수 + 공격형 미드필더 +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2026/27시즌 아틀레티코는 이른바 ‘포스트 그리즈만’ 시대에 들어갔다. 실제 스페인 현지 보도에서도 시메오네가 그리즈만이 떠난 이후 공격 구조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가 이번 시즌의 핵심 과제로 언급되고 있다.
그리고 이 역할을 한 선수에게 그대로 맡기기보다 여러 선수에게 나눠줄 가능성이 높다.
그중 매우 흥미로운 카드가 바로 이강인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이강인이 ‘그리즈만의 복제품’이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리즈만이 담당했던 역할 가운데 라인 사이의 연결과 찬스 메이킹을 이강인이 가져가는 방식에 가깝다.
2. 가장 현실적인 전술은 4-2-3-1
이번 프리시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시메오네가 4-2-3-1을 적극적으로 시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7월 말 훈련에서도 시메오네는 선수들을 4-2-3-1 형태로 배치해 상당 시간 전술 훈련을 진행했다.
중요한 것은 이강인의 위치다.
이강인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다면 그의 장점을 가장 많이 사용할 수 있다.
이강인은 공을 가지고 측면에서 1대1 돌파를 반복하는 전형적인 윙어라기보다, 중앙과 하프스페이스에서 공을 잡았을 때 위력이 커지는 선수다.
특히 왼발을 이용해 몸을 돌린 뒤 전진 패스를 넣거나, 공격수와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수비 사이로 들어가는 플레이에 강점이 있다.
따라서 아틀레티코에서는 단순한 ’10번’보다 공격수 바로 아래에서 움직이는 9.5번에 가까운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3. 이강인 + 훌만 조합이 중요한 이유
또 하나 주목할 선수는 이번 시즌 아틀레티코 중원의 핵심 자원으로 준비되고 있는 모르텐 훌만(Morten Hjulmand)이다.
시메오네는 프리시즌 훈련에서 훌만에게 중앙을 지키는 피벗 역할을 반복적으로 주문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공격적으로 지나치게 움직이기보다 중앙에 머물면서 팀의 균형을 잡는 것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이것은 이강인에게 상당히 중요한 변화다.
왜냐하면 뒤쪽에 위치를 지켜주는 미드필더가 있다면 이강인은 보다 자유롭게 공격지역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훌만 → 이강인 → 훌리안 알바레스
와 같은 세로 연결이 가능해진다.
상대가 이강인을 막기 위해 미드필더 한 명을 끌어내면 훌리안 알바레스가 활용할 공간이 생긴다.
반대로 상대 센터백이 이강인을 따라 올라오면 그 뒤 공간으로 측면 공격수가 침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라인 사이에서 플레이하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가치다.
4. 4-4-2가 된다면 이강인은 진짜 ‘쉐도우 스트라이커’가 된다.
시메오네를 이야기하면서 4-4-2를 빼놓을 수 없다.
시메오네는 이번 프리시즌에서도 4-2-3-1뿐 아니라 4-4-2와 5-3-2 등 여러 구조를 시험해왔다. 특히 측면 전개와 공을 잃은 직후의 압박, 빠른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4-4-2를 사용한다면 이강인의 역할은 더욱 흥미로워진다.
표면적으로는 투톱이지만 두 공격수가 같은 높이에 서지 않는다.
훌리안 알바레스가 상대 센터백을 끌고 움직이면 이강인이 한 칸 아래에서 공을 받는다.
이것이 흔히 이야기하는 쉐도우 스트라이커 또는 세컨드 스트라이커 역할이다.
이강인은 최전방 공격수 뒤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격을 설계할 수 있다.
5. 이강인과 훌리안 알바레스 조합은 상당히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조합은 이강인과 훌리안 알바레스다.
현재 시메오네는 훌리안 알바레스를 시즌 계획에 포함하고 있으며, 라리가 개막전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에는 재미있는 상호 보완 관계가 있다.
훌리안은 한 곳에 머무르는 공격수가 아니다.
전방 압박을 하고, 측면으로 움직이고, 뒷공간으로 뛰며 상대 수비라인을 계속 움직인다.
반대로 이강인은 수비수가 움직이면서 발생한 공간에서 공을 받는 능력이 좋다.
예를 들어 훌리안이 왼쪽으로 움직인다면, 중앙에 공간이 발생한다.
이강인이 이 공간에서 볼을 받으면 선택지는 많아진다.
직접 슈팅할 수도 있고, 다시 훌리안에게 패스할 수도 있으며, 반대편 침투 선수에게 전환 패스를 넣을 수도 있다.
때문에 두 선수의 조합이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아틀레티코 공격은 이전보다 훨씬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6. 이강인은 오른쪽 윙어가 아니라 ‘오른쪽 하프스페이스’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이 있다.
이강인을 오른쪽에 배치하되 터치라인에 붙여두지 않는 방법이다.
축구 전술에서 경기장은 단순히 중앙과 측면으로만 나누지 않는다.
중앙과 측면 사이에는 이른바 하프스페이스(Half-space)가 존재한다.
왼발잡이인 이강인이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서 공을 받는다면 매우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왼발 패스를 할 수 있고,
직접 중거리 슈팅을 시도할 수 있으며,
풀백의 오버래핑을 활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선발 명단에는 이강인이 ‘RW’로 표시되더라도 실제 경기에서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움직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7. 다만 시메오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은 ‘수비’다.
이강인이 아틀레티코에서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도 있다.
바로 시메오네가 요구하는 수비 강도다.
이번 프리시즌에서도 시메오네는 높은 위치에서의 압박뿐 아니라, 압박이 뚫렸을 경우 빠르게 수비 위치로 복귀하는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공을 잃은 뒤의 반응과 수비 전환 역시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이강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공격포인트만이 아니다.
시메오네가 원하는 것은 아마 다음에 가까울 것이다.
공격할 때는 자유롭게 움직이되, 공을 잃는 순간에는 정해진 위치로 돌아가는 것.
이것을 해낸다면 이강인의 활용도는 크게 증가한다.
반대로 수비 전환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중앙보다 측면이나 특정 경기에서의 공격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이강인이 시메오네의 완전한 신뢰를 얻기 위한 핵심은 공격 능력보다 오히려 볼이 없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일 수도 있다.
8. 아틀레티코는 과거보다 공격적인 팀이 될 수 있다.
아틀레티코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강력한 수비와 역습이다.
그러나 현재 시메오네가 만드는 팀은 예전의 아틀레티코와 조금 다르다.
프리시즌에서는 4-2-3-1을 실험했고, 측면 공격과 전방 압박, 공을 잃은 직후의 압박 그리고 빠른 볼 순환까지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즉,
수비한 뒤 역습하는 팀
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높은 위치에서 공을 빼앗고 여러 공격형 선수를 활용하는 팀
으로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변화에서 이강인의 기술적인 능력은 상당히 가치가 있다.
9. 시메오네가 이강인을 공격수로 시험한 이유
결국 이번 훈련에서 이강인을 공격수 위치에 배치한 것은 단순한 포지션 실험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시메오네가 원하는 것은 이강인에게 골문 앞에서 헤더를 따내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상대 수비라인 바로 앞에 이강인을 배치해
패스를 받고 → 돌아서고 → 공격수를 연결하고 → 직접 페널티박스까지 침투하는 것
을 요구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첫 훈련에서도 이강인은 공격수 위치에서 시작한 뒤 아래로 내려와 볼을 받으며 라인 사이의 플레이를 시도했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힌트다.
결론: 이강인의 포지션은 ‘윙어’보다 ‘9.5번’에 가까워질 수 있다.
아직 프리시즌이기 때문에 한 번의 훈련만으로 이강인의 포지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움직임을 종합하면 한 가지 흥미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시메오네는 이강인을 단순한 오른쪽 윙어로 활용하기보다는 공격수와 미드필더 사이를 연결하는 자유로운 공격 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4-2-3-1이라면 중앙의 공격형 미드필더.
4-4-2라면 훌리안 알바레스 뒤의 세컨드 스트라이커.
측면에서 시작한다면 오른쪽 하프스페이스로 이동하는 플레이메이커다.
결국 세 전술 모두 공통점이 있다.
이강인을 터치라인보다 골문 가까운 곳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아틀레티코에서 우리는 마요르카나 PSG에서 봤던 이강인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볼 수도 있다.
패스를 만들어주는 이강인을 넘어,
직접 페널티박스에 침투하고 득점까지 노리는 공격형 이강인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시메오네가 새로운 등번호 7번에게 기대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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