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 축구팬들에게 상당히 특별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파리 생제르맹을 떠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합류한 이강인이 처음으로 붉고 흰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등장했다.
상대는 맨체스터 시티였다.
그리고 이강인의 등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등번호 7번이 새겨져 있었다.
이강인은 선발이 아닌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아틀레티코가 1-2로 뒤지고 있던 후반 19분경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추가시간까지 포함하면 약 30분을 소화하며 아틀레티코 선수로서 첫 경기를 치렀다. 경기는 아틀레티코가 1-3으로 패했지만 이강인 개인에게는 앞으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그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지 가늠할 수 있었던 흥미로운 경기였다.
아틀레티코 1-3 맨시티, 결과보다 중요했던 이강인의 첫 30분
경기 초반 주도권은 맨체스터 시티가 잡았다.
아틀레티코는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서 수비 블록을 형성한 뒤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는 전형적인 시메오네 스타일을 보여줬다.
그러나 먼저 득점한 팀은 아틀레티코였다.
전반 43분 코너킥 이후 이어진 상황에서 16세 수비수 호르헤 도밍게스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아틀레티코가 1-0으로 앞섰다.
하지만 후반 들어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오마르 마르무시가 후반 57분과 59분 연속골을 기록하면서 단 2분 만에 2-1로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 막판에는 라얀 아이트누리까지 득점하면서 최종 스코어는 3-1이 됐다.
그리고 바로 이 시점에서 시메오네 감독이 이강인 카드를 꺼냈다.
이강인 투입 직후부터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강인의 첫 아틀레티코 경기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상당히 공격적인 위치였다.
단순히 중원에서 패스를 연결하는 플레이메이커가 아니라 전방에서 직접 공격에 관여하는 역할이었다.
이강인은 오른쪽과 중앙을 오가면서 볼을 받았고, 상황에 따라 최전방 가까이까지 올라갔다.
아틀레티코 공식 경기 기록에서도 경기 막판 이강인은 전방 공격진에 포함돼 있었다.
이는 앞으로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시메오네가 이강인을 단순한 중앙 미드필더가 아니라
오른쪽 공격수 →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 세컨드 스트라이커
사이를 오가는 선수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면 ① 투입 직후 프리킥을 맡은 이강인
이강인은 경기장에 들어온 직후부터 자신의 장점을 보여줄 기회를 잡았다.
페널티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프리킥 기회가 주어졌고 새로 합류한 선수임에도 이강인이 직접 키커로 나섰다.
슈팅은 골문을 벗어났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이강인이 곧바로 세트피스를 담당했다는 점이다.
이강인의 왼발 킥 능력은 이미 라리가와 PSG에서 충분히 검증됐다.
아틀레티코에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더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따라서 이강인의 왼발 프리킥과 코너킥은 시즌이 시작된 이후 아틀레티코의 새로운 공격 무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시메오네의 축구에서 세트피스는 단순한 보조 공격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강인의 정확한 왼발이 활용될 이유가 충분하다.
장면 ② 이강인의 가장 큰 장점, 압박에서 벗어나는 능력
이번 경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본 장면 중 하나는 후반 20분대에 나온 탈압박이었다.
이강인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전진 패스를 받은 뒤 맨시티 선수 두 명의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볼을 받은 뒤 빠르게 몸을 돌리면서 압박을 벗겨냈고 다시 동료에게 연결했다.
또한 하프라인 부근에서 반대편 깊숙한 지역으로 정확한 롱패스를 보내면서 자신의 킥 능력도 보여줬다.
바로 이 부분이 현재 아틀레티코에 필요한 능력일 수 있다.
지난 시즌 아틀레티코가 고전했던 부분 가운데 하나는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을 받았을 때 중원에서 공격진까지 안정적으로 공을 전달하는 과정이었다.
이강인은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공을 쉽게 잃지 않는다.
공을 받은 뒤 몸의 방향을 바꾸고 상대 압박을 끌어들인 다음 빈 공간의 동료에게 패스를 연결할 수 있다.
시메오네가 이강인을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오른쪽 공격수로 사용할 경우 이런 능력이 상당히 중요해질 수 있다.
장면 ③ 골까지 연결됐다면 완벽했을 왼발 슈팅
이강인에게 가장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후반 31분경 아르나우 솔라가 측면을 돌파한 뒤 중앙으로 컷백을 내줬고 이강인이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왼발 논스톱 슈팅을 시도했다.
완벽하게 맞지는 않으면서 슈팅은 골문을 벗어났다.
이강인은 이날 약 30분 동안 총 2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만약 이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됐다면 아틀레티코 데뷔전에서 곧바로 골까지 기록하는 극적인 장면이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더 주목할 부분은 이강인이 페널티박스 바깥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박스 안과 박스 근처까지 침투했다는 점이다.
PSG 시절 이강인은 경기 상황에 따라 빌드업에 깊게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아틀레티코에서는 더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하도록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차이는 상당히 중요하다.
시메오네가 직접 밝힌 이강인의 포지션
경기가 끝난 뒤 시메오네 감독의 발언은 더욱 흥미로웠다.
시메오네는 이강인이 팀의 경기 속도와 전술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도 이강인의 포지션을 하나로 제한하지 않았다.
그는 이강인이 오른쪽,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모두 뛸 수 있으며 여러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는 선수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사실상 시메오네 역시 아직 이강인의 최종 포지션을 결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부정적인 신호라기보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이강인이 한 포지션의 백업 선수가 아니라 여러 포지션에서 전술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가장 기대되는 조합, 이강인과 마르코스 요렌테
이번 경기 이후 주목할 만한 전술적 조합은 오른쪽 측면이다.
이강인이 오른쪽 공격수로 출전한다고 가정해보자.
왼발잡이인 이강인은 오른쪽 터치라인만 따라 움직이는 전형적인 윙어가 아니다.
오른쪽에서 공을 받은 뒤 중앙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을 선호한다.
그렇게 되면 오른쪽 측면 공간이 자연스럽게 열린다.
바로 그 공간을 마르코스 요렌테가 활용할 수 있다.
아틀레티코 전문 매체 역시 이강인이 오른쪽 공격수로 뛰면서 안쪽으로 움직일 경우 요렌테에게 측면 공간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주목했다.
구조를 간단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이강인 →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이동
요렌테 → 오른쪽 측면 오버래핑
중앙 공격수 → 수비수 고정
이 구조가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아틀레티코의 오른쪽 공격은 상당히 위협적일 수 있다.
이강인은 그리즈만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강인이 등번호 7번을 받았다는 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앙투안 그리즈만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강인이 그리즈만과 완전히 같은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그리즈만은 득점 능력과 공간 침투 능력, 연계 능력을 동시에 갖춘 공격수였다.
반면 이강인의 가장 큰 장점은 볼 컨트롤과 탈압박, 패스 그리고 왼발 킥이다.
따라서 시메오네가 이강인에게 그리즈만을 그대로 복제하는 역할을 맡기기보다는 이강인의 장점을 이용한 새로운 공격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특히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인버티드 공격수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은 이강인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아직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물론 이번 한 경기만 가지고 이강인의 아틀레티코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이강인이 아틀레티코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시간 자체가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메오네 역시 경기 후 이강인이 팀의 경기 리듬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아틀레티코 역시 아직 완성된 팀이 아니다.
시메오네는 월드컵 일정으로 인해 여러 주축 선수들이 프리시즌에 늦게 합류하면서 아직 선수단 전체가 충분히 함께 훈련하지 못한 점을 공개적으로 우려했다.
따라서 맨시티전은 완성된 아틀레티코의 모습을 평가하는 경기라기보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
그래도 이강인의 첫 30분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득점도 없었고 도움도 없었다.
팀 역시 1-3으로 패했다.
그럼에도 이강인의 아틀레티코 데뷔전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약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강인은 자신의 가장 큰 장점 몇 가지를 보여줬다.
첫째, 압박 상황에서도 공을 지켜낼 수 있는 기술.
둘째, 측면과 중앙을 오갈 수 있는 전술적 유연성.
셋째, 공격 방향을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왼발 패스.
넷째, 직접 슈팅까지 연결할 수 있는 공격성.
다섯째, 프리킥과 코너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왼발 킥 능력.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현재의 아틀레티코가 활용할 수 있는 능력들이다.
이강인도 “어디서든 뛰겠다”고 말했다.
이강인 역시 경기 후 자신의 포지션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감독이 어느 위치에서 뛰게 하더라도 팀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아틀레티코와 동료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시메오네가 좋아할 만한 태도이기도 하다.
시메오네의 팀에서 공격수라고 해서 공격만 할 수는 없다.
공을 잃으면 즉시 압박해야 하고, 필요하면 자신의 진영까지 내려와 수비해야 한다.
결국 이강인이 아틀레티코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중요한 관문은 기술이 아니라 시메오네가 요구하는 수비 강도와 경기 템포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 : 맨시티전은 이강인의 아틀레티코 커리어 첫 페이지였다.
서울에서 펼쳐진 맨체스터 시티전은 결과만 보면 아틀레티코의 1-3 패배였다.
하지만 이강인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경기였다.
등번호 7번을 달고 새로운 팀에서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았고, 한국 팬들 앞에서 아틀레티코 선수로서 첫 30분을 뛰었다.
프리킥도 찼다.
직접 슈팅도 시도했다.
압박을 벗겨냈고 반대편으로 정확한 패스를 보냈다.
무엇보다 시메오네가 이강인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려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경기장에서 드러났다.
아직 이강인의 정확한 포지션은 결정되지 않았다.
오른쪽 공격수가 될 수도 있고, 공격형 미드필더가 될 수도 있으며, 경기 상황에 따라 왼쪽 또는 세컨드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위치까지 맡을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앞으로 이강인을 지켜보는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PSG에서 여러 포지션을 오갔던 이강인이 이제는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에서 어떤 선수로 다시 만들어질 것인가.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보여준 30분은 그 질문에 대한 첫 번째 힌트였다.
그리고 이제 진짜 시험은 라리가가 시작된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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