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35분 선발 출전, 이번에는 시작부터였다.
이강인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두 번째 프리시즌 경기를 치렀다.
지난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후반 교체로 투입돼 약 30분을 소화했던 이강인은 이번 올랭피크 마르세유전에서는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출전 시간은 35분.
기록만 보면 다소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이강인의 출전 시간보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강인을 어디에 배치했는지가 훨씬 흥미로운 경기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8월 14일 프랑스 마르세유의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열린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마르세유를 2-1로 꺾었다.
마르세유가 먼저 골을 넣었지만 아틀레티코가 로드리고 멘도사와 카를로스 마르틴의 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시메오네는 이강인을 상당히 공격적인 위치에 배치했다.
이강인의 위치가 달라졌다.
이번 경기에서 아틀레티코는 상당히 실험적인 구성을 들고 나왔다.
후방에 세 명의 수비수를 두고, 양쪽에 줄리아노 시메오네와 알레한드로 그리말도를 배치했다.
중원에는 코케, 파블로 바리오스, 조니 카르도소가 자리했다.
그리고 공격에서는 이강인과 아데몰라 루크먼이 상당히 높은 위치에서 움직였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조니 카르도소가 중원에 들어가면서 이강인이 이전보다 한 단계 전진했다는 점이다.
이강인을 단순한 측면 미드필더나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하기보다 상대 골문과 가까운 지역에서 볼을 잡게 하려는 시메오네의 의도가 느껴졌다.
지난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도 이강인은 사실상 세컨드 스트라이커처럼 자유롭게 움직였다.
이번에는 그것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이강인에게 ‘세컨드 스트라이커’ 역할을 주려는 걸까?
이강인은 원래 볼을 많이 만질수록 장점이 드러나는 선수다.
좁은 공간에서의 볼 컨트롤, 왼발 패스, 방향 전환 그리고 상대 수비 사이에서 전진 패스를 넣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시메오네는 이강인을 단순히 아래쪽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선수로만 바라보는 것 같지는 않다.
이번 경기에서도 이강인은 루크먼 주변에서 움직이며 공격진과 미드필더 사이를 연결했다.
특히 전반에는 이강인의 패스 한 번으로 루크먼이 골키퍼와 가까운 상황까지 침투하는 장면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지만, 이 장면은 이강인을 공격진 가까이에 배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보여줬다.
이강인이 상대 수비 사이에서 볼을 잡고 루크먼처럼 빠른 공격수가 뒷공간을 파고든다면 상당히 위협적인 조합이 만들어질 수 있다.
공격만 한 것도 아니다.
시메오네 감독 밑에서 뛰기 위해서는 공격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아틀레티코의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에게도 적극적인 압박과 수비 가담이 요구된다.
이강인 역시 이날 공격뿐 아니라 상대가 공을 소유했을 때 압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아직 완벽하게 아틀레티코의 움직임에 녹아들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최소한 시메오네가 요구하는 축구에 적응하려는 모습은 분명했다.
PSG에서는 기술적인 능력을 갖고도 선발과 교체를 오가는 경우가 많았던 이강인에게 아틀레티코에서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공을 잡았을 때의 능력은 이미 증명했다.
이제는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도 시메오네가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한다.
그런데 왜 35분 만에 교체됐을까?
이강인은 전반 35분 카를로스 마르틴과 교체됐다.
같은 시점에 그리말도와 줄리아노 시메오네도 함께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때문에 이강인이 경기력이 좋지 않아 일찍 교체됐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 세 선수는 다른 선수들보다 프리시즌 준비가 늦었고, 시메오네 감독은 라리가 개막을 앞두고 선수들의 몸 상태와 출전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즉 이번 35분은 사실상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된 출전에 가까웠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오히려 맨체스터 시티전 약 30분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는 선발로 35분을 소화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
아틀레티코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경기 자체만 놓고 보면 아틀레티코의 경기력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마르세유가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았고 전반 21분 이고르 파이샹에게 선제골까지 허용했다.
특히 수비 상황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볼이 실점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시즌 개막을 앞둔 시메오네 입장에서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전반 중반 이후 파블로 바리오스가 경기에 영향력을 높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반 38분에는 루크먼의 전방 압박으로 공을 빼앗았고 로드리고 멘도사가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 32분에는 아르나우 오르티스의 돌파 이후 카를로스 마르틴이 결승골을 기록하며 2-1 역전승을 완성했다.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이강인의 ‘포지션’
개인적으로 이번 경기에서 이강인의 플레이 하나하나보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시메오네가 이강인을 어디에서 사용했느냐라고 생각한다.
PSG에서 이강인은 오른쪽 윙어, 중앙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등 여러 위치를 오갔다.
아틀레티코에서도 비슷한 멀티 포지션 능력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두 경기를 보면 시메오네는 이강인의 공격적인 능력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격수 바로 아래 또는 공격수 옆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왼발 패스와 슈팅을 활용하는 역할이다.
말하자면 전형적인 윙어보다는 세컨드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의 중간 역할에 가깝다.
만약 이 역할이 정착한다면 이강인은 이전보다 훨씬 골문 가까운 위치에서 플레이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득점과 도움 숫자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루크먼과의 조합도 기대된다.
아데몰라 루크먼의 장점은 명확하다.
빠르고 직접적이며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할 수 있다.
반대로 이강인은 상대 수비 사이에서 패스를 넣어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번 경기에서 짧게나마 두 선수의 장점이 연결되는 장면이 나왔다.
이강인이 한 번의 패스로 루크먼을 수비 뒤쪽으로 보내줬던 장면이다.
비록 오프사이드로 끝났지만 앞으로 아틀레티코가 공격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패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강인이 만들고, 루크먼이 침투한다.
시즌이 시작된 뒤에도 주목해서 볼 만한 조합이다.
이제 진짜 시험은 라리가다.
프리시즌은 끝났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제 2026-27시즌 라리가 개막전을 준비한다.
상대는 승격팀 말라가다.
프리시즌 경기는 어디까지나 테스트다.
이강인이 실제 주전 경쟁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는 개막전부터 조금씩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약 30분.
마르세유전에서는 선발로 35분.
출전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시메오네 역시 여러 포지션에서 이강인을 시험하고 있다.
그리고 적어도 현재까지 가장 흥미로운 것은 하나다.
시메오네는 이강인을 단순한 측면 미드필더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강인의 왼발과 창의성을 상대 골문에 더 가까운 곳에서 사용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의 이강인은 우리가 PSG에서 봤던 이강인과 조금 다른 선수가 될 수도 있다.
라리가 개막전에서 이강인이 어디에 서게 될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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