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옥스포드 어학연수 3주: 홈스테이
※ 이 글은 필자가 2012년 1월 영국 옥스포드에서 약 3주간 홈스테이를 하며 어학원을 다녔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현재의 옥스포드 어학연수 환경이나 홈스테이 방식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 떠난 어학연수, 나의 첫 도시는 옥스포드였다. 사실 내가 옥스포드에서 어학연수를 시작하게 된 데에는 짧지만 꽤 강렬했던 사건이 하나 있었다. 그 이야기는 언젠가 따로 다뤄보려고 한다.

2012년 1월,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전의 일이다.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당시의 모든 장면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머물렀던 동네의 이름도 이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 영국에 도착했을 때의 낯선 느낌만큼은 아직도 남아 있다. 나는 옥스포드에서 약 3주 동안 홈 스테이를 하며 어학원을 다녔다. 이전에 해외에 나가본 경험이라고는 2010년 여름, 친형과 함께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여행했던 것이 전부였다. 외국에서 실제로 생활해보는 것은 옥스포드가 처음이었다. 실제 외국인의 집에서 생활해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여행으로 호텔에 머무는 것과 전혀 모르는 현지인의 집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었다.
바퀴가 달린 커다란 이민 가방을 질질 끌고, 메모지에 적힌 주소를 찾아갔다. 앞으로 약 3주 동안 머물 집이었다. 처음보는 영국인 아주머니, 나를 매우 반갑게 맞아주셨는데 당시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나는 “헬로, 나이스 투 미츄.”라고 기계적으로 반응했지만 아주머니께서는 전혀 개의치 않으시며 웃으며 나를 대해주셨다. 이 분은 홈스테이를 꽤나 오랜 시간동안 하셨었고 바로 직전에는 인도 여자분이 살다갔다며 ‘아주 나이스’했다고 말씀하셨다.
시차탓일까? 아님 이민가방을 끌고 먼 거리를 온 탓일까? 나는 샤워를 하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고 저녁시간이 되었을 때 아주머니께서는 나를 깨운 뒤, 영국식 저녁식사를 차려주셨으며 홈스테이의 가족들과 매우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었다. 다만 그때가 아마 같이 저녁식사를 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였던것 같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내성적인 성격이 아니었지만, 영어를 알아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어려워지자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어들었다. 이 때 정말 후회를 많이 했다.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영어 공부 좀 많이 해둘걸.’ 하지만 후회도 잠시였고 영어를 내뱉는게 어려운 나는 내 스스로 방 안에서만 지내게 되는 흔히 말하는 ‘한국형 방구석 찐따’가 되었다. 아주 먼 나라인 영국에서 가서 말이다.
영국에 처음 온 나는 처음부터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다. 특히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편안하게 생활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것이었다. 집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자유롭게 생활해도 되는지, 식사나 생활 방식은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내 집에 있을 때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사소한 행동도 낯선 집에서는 괜히 조심스럽게 느껴졌다. 해외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면 매일 새로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먼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1월의 옥스포드는 내가 상상했던 영국과 달랐다
내가 도착한 것은 1월이었다. 내 기억 속의 옥스포드는 흐리고 추웠다. 영국에 가기 전에는 오래된 대학 건물과 아름다운 거리, 영화 속에서 보던 영국의 풍경을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 같다. 물론 옥스포드는 분명 아름다운 도시였다. 하지만 관광객으로 며칠 동안 바라보는 도시와 실제로 생활하는 도시는 다르다.

Cheese? Cheers?
첫 날 학원에 가는 버스를 탔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날이었는데 맨 뒷자리의 복도 쪽 좌석만이 남아있어 그 자리에 앉았다. 20분 정도 갔을 무렵, 내 옆자리에 앉은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애가 나에게 비켜달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몸을 틀어서 비켜주었는데 그 순간, 그 학생이 “치즈”라고 말하고는 가버리는 것이었다. 치즈? 치즈가 뭐야? 땡큐도 아니고? 인종차별 발언인가? 나한테 냄새가 나나? 여러가지 생각에 휩싸였다. 의문에 휩싸인 채 금방 이 사건(?)은 잊혀졌고 어느새 점점 어학연수 생활에도 점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치즈’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어학원에서 다른 어학원의 학생들과 축구 시합을 한다고 하며 인원을 모집했고 나는 그 시합에 참여하게 되었다. 학원 선생님께서 동행하셨는데 혼자서 음료수와 공을 들고 계셔서 내가 들어드리겠다고 하고 음료수들을 받은 순간, 선생님이 갑자기 “치즈”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등교 첫 날 그 사건이 문득 떠오르게 되어 선생님께 “치즈?” “왓 이즈 치즈?”하니까 선생님이 엄청 크게 웃으시면서 “Cheese가 아니라 Cheers야. 고맙다는 뜻으로 쓰는거야.” 라고 말씀하셨다. 영국에서는 Cheers를 Thank you 대신에 사용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저 짧은 문장도 저 당시에는 대충 알아들었던 것 같다. 어쨌든 지금까지도 기억할 만한 치즈 사건은 이후로 이 단어는 절대 까먹지 않게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첫 3주는 적응의 시간이었다
당시에는 옥스포드에서의 생활이 생각보다 어렵고 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3주는 단순히 어학연수를 시작한 시간이 아니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가족과 익숙한 환경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본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외국인의 집에서 생활했고, 매일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환경에 들어갔다. 무엇을 하든 스스로 결정해야 했고, 외롭다고 해서 바로 익숙한 사람을 만날 수도 없었다. 아마 나는 그때부터 해외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여행과는 전혀 다른 일이라는 것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으로 내가 마주한 것은 어학원 생활이었다. 어학원에 가면 자연스럽게 친구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것도 내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다음 글에서는 아는 사람 하나 없었던 옥스포드 어학원에서 내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한 스페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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